
제주도는 민선8기 출범 3주년 ‘민생로드’ 18번째 일정으로 19일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레드향 농가(농장주 오병국)를 방문해 열과(裂果․과실 터짐) 피해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감귤 생산자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는 오영훈 지사와 도 관계 공무원, 서귀포시·제주시·서부 레드향연구회, 만감류연합회 등 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최근 여름철 고온과 폭염이 잦아지면서 제주 레드향 열과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레드향 열과율은 2010년 15.8%에서 2023년 25.8%, 2024년에는 38.4%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서귀포시 지역은 42.8%, 대정 지역은 최대 74.7%까지 피해가 발생했다.
레드향 열과 피해는 지난해 재난지원금 대상에 포함돼 3,000여 농가가 20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으로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열과가 태풍·호우 같은 명확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과실이 갈라지는 ‘생리장해’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해 발생 시 일회성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어, 농가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귀포시 레드향연구회 오병국 회장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오 회장은 “올해 50~70%까지 열과 피해를 입은 농가들도 있다”며 “올해 30여 농가가 레드향 재배를 포기하고 천혜향이나 한라봉으로 품종을 바꾸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4~5년 뒤 다른 품종의 과잉생산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농업재해대책법 개정으로 내년 7월부터 이상고온 관련 보험적용이 가능해졌지만, 레드향은 피해 기준이 없어 연구용역을 통해 기준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센터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열과 발생 원인과 저감 재배방법을 연구하면서, 재해보험에서 보상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험 적용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그 사이 발생할 농가 피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농가들은 “이상고온으로 인한 열과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농작물재해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농가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재해보험 제도 개선과 시설 현대화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오영훈 지사는 현장에서 농가들의 어려움을 직접 확인하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오 지사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면서 감귤농업이 지속가능하도록 힘써야 한다”며 “레드향 열과 피해가 농업재해보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와 적극 협의하면서 빠른 시간 내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FTA 기금 사업 등으로 적기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세심하게 신경쓰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도는 이상기후 대응을 위해 시설과수 고온기 품질관리 시범사업과 FTA기금 과수고품질시설 현대화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햇빛차단망, 토양 피복 자재 등을 활용한 온도저감 시설을 확대하고, 농진청과 협력해 레드향 열과 발생요인과 저감 재배방법 연구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현장 방문을 계기로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고, 농작물재해보험 제도 개선과 재해예방시설 확대를 위해 중앙정부와 적극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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